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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의 사이버보안 이야기 <51> 디지털 자산 시대의 개막과 디지털 신원의 미래

y0ng777 2025. 7. 2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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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원의 실제 활용 시나리오

 

이론과 제도가 갖춰져도, 결국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이다. 여기서는 디지털 신원이 우리 생활과 경제활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시나리오 1: 소액결제와 콘텐츠 소비 – 대학생인 나는 전자신문 기사의 유료 콘텐츠 일부를 읽고자 한다. 하지만 한 달 정액제를 결제하기엔 부담되어 “10원에 기사 1단락 읽기” 같은 초소액 결제를 선택한다. 결제 수단으로 내 휴대폰 디지털 지갑의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10원을 전송하자, 즉시 언론사에 결제 확인이 된다. 여기서 언론사는 이용자의 나이가 19세 이상인지 확인해야 했는데, 다행히 디지털 신원 앱으로 연령 인증이 자동 처리됐다. 나는 미리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지갑에 넣어두고 영지식 연령증명(ZKP) 동의 설정을 해둬서, 언론사에 실제 생년월일을 주지 않고도 “성인임을 확인 완료” 신호만 보낸 것이다. 결제와 신원확인이 모두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자, 1단락 읽을 동안 번거로운 절차는 전혀 없었다. 이 시나리오는 마이크로페이먼트 경제에서 디지털 신원이 어떻게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지원하는지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로 수수료 없이 24시간 결제가 가능해졌고, 디지털 신원으로 연령 제한 콘텐츠를 안전하게 소비할 수 있었다.

 

​ ​시나리오 2: 무역 대금 결제와 기업 신뢰 –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미국 공급사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고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은행 송금으로 며칠씩 걸렸겠지만, 이제는 양사가 합의하여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USDC)으로 즉시 결제하기로 했다. A씨는 회사 법인 지갑에서 공급사 지갑으로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대금을 전송한다. 몇 분 만에 거래는 완료되고, 양측은 블록체인 상의 거래 영수증을 회계에 기록한다. 그런데 국제 거래인 만큼 서로의 신뢰가 문제였다. 처음 거래하는 미국 회사와 바로 코인만 보내고 물건을 기다릴 수 있을까? 이를 해결한 것이 디지털 신원 증명서 교환이었다. A씨는 한국 무역협회의 “회원사 신원인증 VC”를 발급받아 상대에게 제시했고, 미국 공급사는 현지 상공회의소의 “우수공급사 신원인증 VC”를 공유했다. 양측은 서로의 VC에 포함된 평판 정보와 인증서 유효서명을 검증하여 신뢰할 만한 상대임을 확인했다. 또한 거래 계약서에 조건부 자동결제 스마트컨트랙트를 적용하여, 선적 확인 시 대금이 자동 지불되도록 설정했다. 이로써 굳이 중계은행이나 에스크로 없이도 무역 대금을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 디지털 신원은 기업 간 거래(B2B)에서 신뢰 담보 수단으로 활용된다. 법적 신원과 각종 인증 정보를 VC 형태로 주고받아 KYC 간소화와 상호 신뢰 구축을 이룬 것이다. 덕분에 A씨는 환테크 걱정이나 서류 송부 절차 없이도 글로벌 거래를 손쉽게 마칠 수 있었다.

 

​ ​시나리오 3: 데이터 기반 경제활동과 개인정보 수익화 – 직장인 B씨는 평소 건강관리 앱을 통해 운동량과 수면 패턴을 기록하고 있다. 어느 날 이 앱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받는다. 제약회사의 임상 연구에 참여해주면 본인 건강 데이터 일부를 제공하는 대가로 토큰 보상을 주겠다는 것이다. B씨는 참여를 결정하고, 앱을 통해 자신의 디지털 헬스ID를 제약사에 연결한다. 이 헬스ID에는 병원에서 발급받은 “건강검진 결과 VC”와 스마트워치 운동데이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B씨는 사생활 보호를 원하기에, 실제 이름이나 주민번호 대신 가명 DID를 사용한다. 제약사는 B씨의 데이터를 받아 분석에 활용하되, 영지식 증명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만 확인한다. 예컨대 “30대 남성, 심박수 평균 70~80, 1주일 운동량 3시간 이상” 등 연구에 필요한 통계만 얻고 개인 신원은 알 수 없다. 연구가 끝나자 제약사는 스마트컨트랙트에 따라 B씨의 지갑에 미리 약속된 리워드 토큰을 지급한다. B씨는 이 토큰을 헬스케어 제품 할인쿠폰으로 교환하거나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도 있다. 이 시나리오는 데이터 거래 시대에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로 수익을 얻는 모습을 그린다. 핵심은 디지털 신원이 데이터 주권과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가치 교환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B씨는 본인 데이터의 제공 범위와 대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DID와 ZKP로 익명성을 지킨 채 거래했다. 앞으로 이런 개인 데이터 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된다면, 디지털 신원은 곧 개인의 자산화된 아이덴티티로 거듭날 것이다. 나 역시 내 운전 습관 데이터를 보험사에 제공해 보험료 할인을 받는 등의 기회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모습들이다. 디지털 신원이 바꿔놓을 경제·사회상은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신원증명은 필요할 때 투명하게, 불필요할 땐 철저히 감춰지는” 유연한 신원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더 풍부한 디지털 활동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